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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떠나기/발리여행(2022)

[40일 발리여행] 한달살기와 영어유치원, 하나를 고르라면?

by Southline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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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자연스레 영어교육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주변에서는 일찍부터 영유를 보내라, 차라리 몇년 외국에 살다와라, 안시켜도 잘하더라, 등등 가치관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갈피를 잡기 힘들다. 이 말도 맞는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고.

나의 경우 한국에서만 영어를 배웠고, 영어회화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노력이 부족하여 지금까지 여전히 '못하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다. 그래서 사실 궁금했다. 나는 못해봤지만, 혹시 외국에서 오래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느는걸까? 혹시 언어습득력이 최고라는 유아기의 아이들이라면 영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는걸까?

첫째를 낳고 발리에서 한달 살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처음 갔을 때는 아이가 돌즈음이었기 때문에 기대도 안했지만, 첫째 아이가 여섯살이었던 두 번째 한달살기를 떠날 때는 사실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여행가서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 혹시 영어를 금방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서 파닉스와 놀이식 영어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잠재되어 있는 영어실력이 그곳에서 깨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발리에 오래 여행가는 분들은 교육기관에도 많이 보내던데, 우리 첫째 아이는 워낙 기관에 적응하는걸 힘들어 하는 아이라서 그렇게는 못했다. 내 성격상 한 곳에만 오래 있는 것도 힘들고, 둘째가 어려서 좀 더 안전한 숙소에 있고 싶었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호텔을 찾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되도록 아이가 친구들과 (발리식일지라도) 영어를 쓰는 직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키즈클럽이 있는 호텔을 중심으로 검색에 나섰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서는 40일동안 거의 매일 키즈클럽을 찾았고, 하루에 두세시간씩 머물면서 직원들과 접했다.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곳도 있었고, 직원은 그냥 지키는 사람일 뿐 아이들 스스로 놀도록 두는 곳도 있었다. 나의 경우, 아이가 그래도 좀 영어로 말하게 되면 좋겠다, 했던 기대는 헛된 것이었던 걸로 결론이 났다. 첫번째 이유는 둘째가 어려서 내가 항상 함께 있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이유는, 어딜 가든 한국인 친구가 한두명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과 친해져서 사실 외국인 친구들과는 놀이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 초반에는 아이에게 너도 인사해봐, 이렇게 말해봐, 하고 시키는 일도 있었지만, 중반 이후부터 그냥 그런 생각은 지우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는데만 집중했다. 그래서 당시 여행갔을 때가 10월, 한창 영유 입학을 준비하는 시즌이었는데,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다? 는 생각은 아예 접고, 영유를 보내기 위해 열심히 전화 접수를 하고, 돌아와서는 남은 기간 파닉스를 좀 더 가르치는데 집중했다. 다행히 거의 마지막 번호로 입학테스트를 볼 수 있었고, 7살부터 1년간은 영유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7세 1년 영유, 1학년 연계과정을 한학기 정도 지났다. 돌이켜보면, 영유 정말 효과가 있었다. 조금 더 머리가 커서 갔으면 안그랬을 것 같은데, 유치원때 영유를 보내보니 원의 룰을 더 잘 받아들이고 지키는 모습이었다. 영유에서 만난 친구들끼리도 꼭 영어로만 얘기하고, 기대보다 영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었던 것 같다. 

다시 한달살기의 영어교육을 생각해보면, 한달이라는 기간은 아이가 영어를 습득하기에는 정말 짧은 시간인 것 같다. 영유를 다닐때도 하루에 5시간 정도 매일매일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되었지만, 아이가 이제 좀 영어를 배웠구나 싶었던 건 3개월 이상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영어도 어느정도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여행가서 한달동안 교육기관에 다닌다 해도 알파벳이나 파닉스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그걸 또 이어나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거다.  

이만큼 영어를 배우고 난 지금이라면 또 모르겠다.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하면서 잘 놀 수 있을지. 하지만 우리 아이는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 입을 여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영어를 할 수 있어도 외국인과는 거의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십만원을 걸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여행을 가더라도 영어에 대한 기대는 내려두고, 좋은 곳, 맛있는 것 찾아다니면서 진짜 여행에 집중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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