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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육아

백일간의 독박육아 후기 (+토 하는 아기)

by Southline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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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0일경에 출산을 하고, 벌써 100일이 지났다.

임신을 위한 준비, 임산부 생활, 유도분만 하러 병원에 간 날, 출산 후 병원 입원, 2주 간의 조리원 생활 등등이 패키지로 된 하나의 이벤트였다면,

독박육아는 적응해야만 하는 아주 큰 변화이고 인정해야만 하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친정은 한시간 반, 시댁은 네시간 반 거리이고 양가 형제들도 모두 부모님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육아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남들이 임산부 생활이 얼마나 힘들지, 출산이 얼마나 아플지를 걱정하는 동안

나는 꾸준히 혼자 애를 보려면 얼마나 힘들까를 걱정했던거 같다. 

거기다 나는 집에 누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산후도우미도 부르지 못했다.

아마도 나처럼 독박육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거다. 이를 위해 그간의 생활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가장 힘들었던 것]

1.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내 몸조리도 잘해야 하고, 겨울에 출산했기 때문에 아가를 데리고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 누가 없으면 나갈 수가 없다. 

마침 출산 직후 신랑이 너무 바빠서 10시 11시 넘어서 퇴근하는 바람에 더더욱 바깥 출입이 힘들었다.

가끔 신랑이 칼퇴해서 나 혼자 쓰레기라도 버리러 가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2. 집안일 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잠 못자는게 힘들다던데, 나는 쌓여있는 설거지, 밀려있는 빨래, 지저분한 집안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가가 토를 잘하는 아이라서 안고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거의 자는 동안에만 집안일을 할 수 있었는데,

집이 좁아서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 아가가 깰거 같아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세탁기 건조기가 베란다에 있어서 소리가 덜 나니까 빨래는 진짜 열심히 했다.


3. 밥 먹기가 힘들다.

사실 이건 쉽게 적응돼서 그렇게 힘든일은 아니었다. 

춥고 미세먼지가 나빠서 환기하기 힘들고 설거지도 바로바로 하기 힘들어서 요리는 엄두도 못냈다.

시간이 된다면 전자렌지로 간단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어머님이 보내주시거나 배민찬에서 배달시킨 밑반찬들을 가끔 꺼내 먹었다.

그래서 그런가 살이 꽤 빠져서 술 마시기 시작한 이래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커피는 열심히 내렸고, 빵이나 바나나, 간단한 간식을 같이 먹으면서 배도 채우고 스트레스도 좀 풀었다.

그나마 탄산수가 포만감도 채워주고 술 대용으로 먹기도 좋아서 쌓아놓고 하루에 한 두병씩 마시면서 버티고 있다.


[유용했던 육아템]

1. 왈라부 슬링

백일 가까이 되면서 작아서 못쓰게 되었지만, 신생아 시절부터 아주 유용하게 썼다.

한 손으로는 아이를 살짝살짝 받혀줘야 하기 떄문에 두 손이 완전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나마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 정리를 할 수 있다. (설거지 할 때는 물이 튀지 않게 조심)

달그락+물 소리때문인지 슬링으로 아이를 안고 설거지를 하면 90퍼센트의 확률로 잠들어서 더 좋았다.

50일 지나서 밖에 나갈때도 잘 썼다. 다만 오래 하고 있으면 어깨가 아프다.

아기의 목과 허리에 힘이 생기면서 에끌레브 펄스 아기띠로 넘어갔다.

딱히 왈라부 아니더라도 어떤 종류의 슬링이든 유용할거라 생각한다.


2. 넉넉한 갯수의 젖병과 젖꼭지

초반에 너무 감이 없어서 젖병과 젖꼭지 2세트로 육아를 시작했는데 진짜 왜 그랬을까.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배고파하는데 설거지하고 소독하고 먹이느라 스트레스였다.

최소한 아기가 3시간에 한번씩 먹는다 치고 7~8개 내외를 준비하면 하루에 한번만 설거지해도 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3. 뉴나 바운서

많이들 쓰고 저렴한 피셔프라이스 바운서보다 아이 허리에 무리가 덜 갈거 같이 생겼다.

토를 많이 하는 아이라서 눕혀놓으면 울고 불안했는데 그나마 바운서에 앉혀놓으면 좀 괜찮았다. 여기 누워서 잘 자기도 하고,

안아서 재웠을 때도 바닥에 내려놓는거 보다는 바운서에 눕혀놓는게 덜 깬다.

잠시 아이에게서 눈을 떼야 하는 순간(주로 화장실을 가거나 씻을 때, 밥 먹을 때)에 안전벨트 채워놓고 모빌 보여주면 조금의 시간을 벌 수 있다.

뒤집기를 많이 하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고, 설거지하는 동안 가까이에다 앉혀놓고 자주자주 눈만 마주쳐주면 안심하고 잘 논다.

반드시 타이니 러브 모빌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4. 빨래 건조기

토하는 아기라서 건조기가 더 유용했던거 같다.

하루에 열댓번씩 옷을 갈아입히고, 천기저귀랑 손수건, 거기다 내 옷 까지...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루에 두세번씩 돌렸다.

건조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갈아입힐 옷이 없어서 운적도 있다 ㅠㅠ

건조기 없었으면 빨아서 널고 바짝 마를때까지 못 기다렸을거 같다.

산후도우미를 포기하면서 산 건조기였는데 넘나 잘한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옷은 확실히 줄어든다. (주로 길이가)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한번 줄면 그 다음부터는 안 줄어드는거 같다.


5. 초점책

뭘 보는걸 좋아하는 아기라 그런건지 초점책이 정말 유용했다.

신생아 시절에도 뭐가 보이는지 초점책을 뚫어져라 잘 봤고, 밤에도 눕혀놓으면 자기 혼자 초점책 보다가 잘 자서 너무 좋았다.


6. 여러개의 천기저귀

남들은 목욕수건으로 대여섯개 산다던데, 

나의 경우 면생리대가 너무 좋았어서 아가도 천기저귀 써주고 싶어서 스무개 가까이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토닦고.. 토할까봐 아기 눕히는 곳에 깔아주느라 진짜 잘 썼다.

남들은 손수건 접어서 베게처럼 받혀준다던데, 우리 아기는 토를 어마어마하게 해서 손수건으로는 택도 없었고 천기저귀로 대신했다..


쓰다보니 독박육아 후기가 아니라 토하는 아기 육아 후기처럼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육아는 진정 아이템빨이었다. 

아기 낳기 전, 아이는 갖고싶은데 독박육아가 너무 두려워서 임신을 못하겠다는 나에게 

선배가 '괜찮아. 육아는 돈 쓰면 다 돼^^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조언을 해준적이 있는데, 이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나면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크는데, 낳기 전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나처럼 독박육아를 걱정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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